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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련의 ‘촉(觸)] 스타벅스야? 동네 카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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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련의 ‘촉(觸)] 스타벅스야 ? 동네 카페야 ?

[중앙일보]
입력 2011.12.17 01:15 / 수정 2011.12.17 01:15

“비주류만이 소비자의 사랑을 얻는다”

 지난달 끝난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는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점이 있었다. 바로 참가자들이었다. 시즌2까지는 가창력이 가장 중시되는 데다 개인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이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특히 톱3에 오른 이들도 지난해와 큰 차이가 났다. 버스커버스커·투개월·울랄라세션 모두 홍대 앞 라이브 카페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언더그라운드 기질의 ‘그룹’이었다. 이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응도 컸다. 지금까지 아이돌 중심의 획일화된 음악 문화와 다른, 한마디로 비주류적인 대중문화에 대해 새삼 찬사를 보낸 것이다.

 이런 ‘비주류의 주류화’는 저명한 경영학자 세스 고딘(Seth Godin)이 최근 펴낸 『이상한 놈들이 온다(We are all weird)』만 봐도 감지할 수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대중 시장은 종말하고, 사람들은 점점 더 별종다운 것을 즐기고 선택할 것이다’라는 주장을 폈다. 그런데 이미 국내의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과거의 별종, 혹은 B급으로 취급받던 문화들이 점점 독특하고 새로운 것으로 대접받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그맨 유세윤이 결성한 그룹 UV를 생각해 보자. 그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B급 콘텐트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그들만의 개성 있는 색깔에 골수팬들이 생겨났다. 또 일명 ‘루저 웹툰’도 마찬가지다. 그림은 대충 그린 듯하고, 스토리는 황당한 웹툰을 두고 새로운 유머 코드라며 재미있어 한다. 인기 웹툰 ‘목욕의 신’이 대표적인 예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실업자로 전락한 주인공 허세가 우연히 목욕탕에 취업해 위대한 때밀이의 자질을 발견하고 화려한 목욕의 신으로 거듭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요계에선 과거 매니어들만 좋아하던 밴드 음악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10cm·검정치마 등 홍대 앞 클럽들을 중심으로 활동해 오던 인디밴드들이 떠오른 것. 기획사의 정형화된 프로그램으로 키워진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인기를 얻게 됐고, 아예 밴드 전문 오디션 프로그램이 생겨나기도 했다.

오래된 동네 찻집처럼 꾸며진 미국 시애틀의 스타벅스 새 매장 ‘15TH AVE E COFFE & TEA’.

‘비주류’가 새롭게 떠오르는 트렌드가 되자 대형 브랜드들의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획일화된 제품과 서비스에 새로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대형 브랜드 스스로 비주류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가장 먼저 예로 들 만한 곳이 스타벅스다. 전 세계 도시에 커피 문화를 이끌었고, 1만60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벅스는 최근 브랜드를 숨기고 동네 카페 컨셉트의 새로운 매장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브랜드가 처음 시작된 시애틀에 ‘15TH AVE E COFFE & TEA’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카페를 시작한 것. 이곳은 아주 오래된 동네 찻집 같은 느낌을 풍기기 위해 인테리어도 의자부터 탁자까지 세월을 느낄 수 있게 구성했다. 그래서 이곳에 가면 겉으로 보기에는 스타벅스를 전혀 연상할 수 없다. 다만 ‘Inspired by Starbucks’라는 작은 문구로 스타벅스와의 연관성을 살짝 눈치챌 수 있을 정도다. 글로벌 메가 브랜드를 최대한 숨기고 지역 주민에게 커피 시음 기회와 커피 강좌를 제공하며 치밀하게 커피 매니어를 위한 개인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주류의 트렌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는 세계적으로 경제적 위기와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나타나는 대중의 일탈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급격한 환경변화와 불확실한 위기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시장의 변화에 대해 비주류로서 힘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내년의 경제 상황이 나아진다는 예측은 어디에도 없다. 소비자들의 소외감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그래서 주류에 대항해 자신만의 문화를 만들어 내려고 비주류의 트렌드는 점점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기존의 질서에서 탈출해 새로운 정치·사회적 질서를 만들어내려 할 것이고, 지금까지 습관적으로 수용해 왔던 기존의 대중문화에도 반기를 들 것이다.

 정치권에서 ‘안철수 신드롬’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기존의 메가 브랜드였던 한나라당·민주당을 거부하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 소비자의 마음을 빼앗기 위해서는 기득권의 이미지를 최대한 배제할 때다. 그들과 함께 진심으로 소통하며 공유할 수 있는, 비주류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이든, 개인이든 대박의 열쇠를 쥐게 될 것이다.

◆ j가 새로운 칼럼 ‘김해련의 촉(觸)’ 연재를 시작합니다. 필자 김해련(49)씨는 트렌드 분석기관 에이다임의 대표로 지난 20여 년간 국내외 패션·유통·디자인 분야의 소비 문화를 연구해 왔습니다. 현재 이화여대 경영학과 겸임 교수이며, 저서 『히트 트렌드 전략』 『하이 트렌드』 『멘토가 간절한 서른에게』를 펴낸 바 있습니다. 김 대표가 현장에서 발로 뛰며 민감한 촉(觸)으로 낚아챈 소비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변화를 생생하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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