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아시다시피 우리의 몸은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죠. 공교롭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역시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덕에 지구는 아직까지 유일하게 생명체가 살아가고 있는 행성이기도 하고요. 이처럼 물(H2O)은 인간은 물론이고 지구라는 행성 자체가 존재할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기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늘 그렇듯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에 대해서(우리가 지금도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공기처럼요) 등한시하거나 애써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물 또한 마찬가지일 테고요. 없으면 생존 자체가 힘들 정도로 중요한 요소(자원)이지만 지금까지 물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지거나 우리가 피부로 느낄 만큼의 공동체적인 이슈로 부각되지는 못한 게 사실입니다. 그만큼 물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까닭에(이렇게 말하면 사하라 사막이나 물이 절실하게 필요한 곳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몰매 맞겠지만요) 그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물론 다른 한편으론 현재 물의 중요성이 서서히 부각되면서 물 부족 문제(참고로 유엔에서 지정한 물 부족 국가 반열에 대한민국도 머지않아 포함될 거라는 놀라운 소식도 있습니다)에 대한 논의와 대응 방안들이 표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왠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뉘앙스를 지울 수 없는데, 물에 대한 접근 자체가 생존수단이나 환경문제 등으로 협소화되었기 때문이 생기는 현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스티븐 솔로몬의 《물의 세계사》는 이전까지의 물에 대한 협소한 시각을 한방에 날려버릴 계기가 되어주는 책입니다. 인류의 역사를 상고하면서 물과 인류사의 연관 관계를 파악하고 이로써 왜 우리가 물에 대해서 기존의 사고를 바꾸어야 하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의 틀을 제공해주거든요.

《물의 세계사》는 인류의 발자취를 재구성해 새롭게 보여주는 세계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역사적 사건과 그에 걸맞는 인물(특히 권력지향적인 인물과 권력을 창출한 인물들 위주였죠)들을 중심으로 연대기순으로 역사를 인식하는 데 익숙해져왔습니다. 뭐 사실 그게 전부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죠. 물론 게 중에 몇몇 색다른 접근을 시도했던 학자들도 있지만 결국 우리가 바라보는 우리의 세계사는 우리의 기준에 따라 우리의 입맛에 맞게 짜인 식단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세계사를 관통하는 모든 기준은 인류의 문명창출에 있어 그 발전과 진행 과정을 인류만의 유니크한 스트럭처로 인식하는 반쪽짜리 세계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출간된 《물의 세계사》는 그 접근부터 상당히 발칙한 아이디어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발칙한 착상은 책을 읽어나갈수록 왜 이제 와서야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라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저자는 인류가 걸어왔던 길을 4대문명의 출발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순으로 되짚어보며 각 문명의 투쟁, 부와 권력을 향한 인류의 발자취 이면에 항상 ‘물’ 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데요. 아시다시피 최초의 문명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문명을 비롯한 세계 4대 문명이 나일강을 비롯한 강, 즉 물을 기반으로 형성되었다는 점은 기본적인 상식에 해당하지만 이후 확장 되어가는 인류의 세계사에서 물이 어떠한 형태로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냐에 대해선 소상히 모르고 있는 것이죠. 바로 이게 그동안 세계사를 바라보았던 우리의 시각이었고 그런 시각의 틀에서 지금의 물 부족 등 수자원에 대한 접근이 협소해질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농업혁명에 맞먹는 산업혁명의 근저에도 역시 물이라는 패러다임이 존재했고 가까운 과거인 미국독립에서도 물과 관련된 쟁투가 결국 지금의 세계질서를 낳았다는 사실, 동서양을 대표하는 로마제국과 중국제국의 흥망성쇠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 또한 바로 ‘물’ 관리 였다는 점. 명나라 때 정화의 해외원정 중단으로 인해 동양이 그 패권을 서양으로 넘겨줄 수박에 없었고 이로 인해 현재와 같은 동서양의 패권의 틀이 형성되었다는 것 등. 저자가 ‘물’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내는 세계사를 통해 이전부터 알고 있던 역사적 변곡점마다 그 이면에 항상 물이라는 요소가 있었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됩니다. 인간과 물의 상관관계가 이토록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마치 지하 대수층에 존재하고 있는 지하수를 퍼올리듯 한도 끝도 없이 ‘물물물’ 이야기가 나오며 책을 읽는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하네요. 이와 동시에 인류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상당히 넓어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개 역사라는 개념이 인간이 중심에 있고 인간이 개척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이번 저서를 통해서 개척이나 정복 내지는 경쟁이라는 개념보다는 공존이라는 개념 인식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타이틀이 물의 세계사이지만 그리고 많은 부분들이 물과 인류 역사의 연관 고리를 서술하고 있지만 이 책에는 지구과학, 기후학, 지리학 등 전반적이고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행성 지구를 되살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70%라는 물이 지천에 널려있지만 정작 생명체가 음용할 수 있는 가용 물자원은 0.003% 밖에 안 되는다는 사실, 그리고 이 가용 물자원마저도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현실이 수치상으로만 보면 상당히 위험한 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구 전체적인 역사를 상고해 보면 항상 반대급부적인 현상이 일어났고 앞으로도 그럴 개연성이 높다는 뜻에서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환경을 다시 한 번 검토해볼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인지하게 해주네요. 인구자원 방정식이라는 전문적인 태제를 차치하더라도 분명 지금 인류에게 ‘물’ 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그동안의 개념과는 사뭇 다른 형태로 다가올 것으로 보입니다. 부와 권력의 재창출이 아닌 생존 그 자체의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뭐 그렇다고 낙심하거나 포기할 일은 분명 아니죠. 그동안 인류가 걸어왔던 발자취를 감안한다면 지금 물 부족을 기회로 삼아 새로운 정책이나 패러다임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고 공존할 수 있는 길 또한 분명히 열려 있는 것이니까요.

전체적으로 《물의 세계사》는 쉽게 접근해서 재미있게 진도가 나가는 인류의 역사(물론 ‘물’ 이 주체라는 점만 다르죠)를 리뷰하고 있는 책이지만 서사 속에 담겨져 있는 사유는 그리 녹녹치 않습니다. 물론 역사적 변환점에 억지로 끼워 맞춘 뉘앙스를 주는 것 같기도 하지만 아마도 이는 우리가 그동안 역사를 바라보았던 시각의 차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고요. 전반적으로 ‘물’ 과 ‘인류’ 두 가지를 심도 깊게 사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에 다라 우리의 역사를 바라보는 데 있어 또 다른 흥미를 자아내게 하면서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네요. 모처럼 흥미롭게 술술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간과했던 사실들, 몰랐던 사실들, 부와 권력을 향한 인류 문명의 투쟁의 연장선에서 인식해왔던 역사가 아니라 인류가 한배를 타고 항해하는 공생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저서였습니다. 이번 저서를 계기로 ‘물’ 에 대한 시각과 우리 인간과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반디앤루니스 ‘오늘의책’ 메일링 서비스에서 재인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