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와 영국

지난 겨울 전폭 사역을 마무리하고 북경을 들려 돌아올 때 천복(天福) 찻 가게에 가서 보이차를 하나 구했다.
보이차를 선택할 때 어떤 차를 마실까 고민하다 그래도 쓸만한 차를 부탁했다.
보이차는 후발효차로 썩혀 곰팡이 냄새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차의 효능으로는 몸을 따뜻하게 하며 또한 소화기관의 작용을 돕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산사(山寺)의 스님들 사이에서 도를 닦을 때 유용한 차로 통용된다고 한다.
녹차의 경우 몸을 차갑게 하기 때문에 속이 쓰리고 위장을 상하게 할 수도 있지만 보이차의 경우는 오히려 몸을 따뜻하게 해 주고, 오히려 위장의 기능을 강화해 주기에 애용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녹차를 마시면 속이 쓰리고 별로 좋지 않은 사람들은 후발효차인 보이차를 마셔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번에 구한 보이차는 천복(天福)이 자신있게 추천하는 차(茶)였다.
우리가 함께 갔을 때 다각(茶角, 차를 우리는 사람)이 한 말 중 무엇보다 ‘20년 썩힌 차’라는 말에 놀라움이 있었다. 어떻게 차를 20년씩이나 보관하고 썩힐 수 있을까? 급한 것을 좋아하는 우리네 사람들에게 20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기다리기 쉽지 않은 시간이다.
그래서 차(茶)를 내릴 때 내리는 사람의 마음이 급하면 차도 급한 맛이 느껴지고, 차를 내리는 사람이 성숙해 있으면 있을수록 더욱 깊은 차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차 속에서 세상을 보는 안목을 배우는 것이다. 급한 인스탄트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에게 차는 많은 것을 회복시켜줄 좋은 도구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무엇보다 애석한 것은 이런 차 문화가 산사(山寺)와 불교의 전유물처럼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우리의 좋은 문화를 이젠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되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보이차를 시음(試飮)할 때 차를 우리는 사람의 말이 그대로 느껴졌다. 한번에 7-8 그램 정도를 사용하여 차를 내리는데 정말 몸을 따뜻하게 해 주며 이마에 땀이 나게 만드는 차였다.
그런데 값은 만만치 않았다. 고민하다 50그램만 사려고 하니 차를 내리는 사람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아마도 차를 내리며 설명하고 판매하는 양에 의해 자신의 능력이 평가되는 듯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너무 적은 양을 사려했구나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100그램 두 봉지를 김 집사님과 함께 구매했다. 금방 얼굴이 밝아지는 모습을 보며 역시 사람들을 어쩔 수 없구나 생각했다.

그런 이유들은 뒤로하고 무엇보다 행복했던 것은 ‘좋은 차를 구했다’는 기쁨이었다.
가족과 잠시 헤어져 혼자 있는 동안도 함께 교제하기 위해 집을 방문한 사람들 대부분은 무슨 차를 마시고 싶은지 물으면 보이차를 내려달라고 하였다. 설명을 들어서인지 모르지만 이마의 땀을 딲으며 보이차가 자신의 몸에 맞다고 강조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곰팡이 냄새를 최소화하며 좋은 찻잎을 20년 썩혔다니 얼마나 정성이 담겼겠는가?
차를 우리는 사람은 20년 이상된 보이차는 차(茶)라기 보다는 약용(藥用)으로만 쓰인다고 하였다.
차(茶)로 마시기에는 20년 썩힌 차가 최고라는 설명이었다. 그래서인지 그 차(茶)를 마실 때마다 차에서 느끼는 향, 맛, 빛, 몸에서 느끼는 효과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요즘 이곳 영국에서 몇 일 동안 몸이 차갑고, 감기 기운으로 인해 눈과 머리에 통증이 있다.
그래서 저녁마나 보이차를 마시고 있다. 차가운 날씨의 영국에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보이차는 어떤 차보다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차가운 날씨 속에서 몸을 따뜻하게 해 주니 어떤 차보다 좋을 수 밖에…

그래서 영국 사람들도 차 중에서 발효차인 홍차를 즐긴다.
아침에 우유와 설탕을 가미하며 홍차를 즐기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영국 사람들의 milk tea이다.
영국 사람들이 즐기는 차는 홍차 계열이다. 홍차는 발효정도를 따진다면 완전 발효차에 해당한다.
홍차는 약 80-90%가 발효된 차이다. 그리고 강발효 차 중 다즐링과 같은 차를 영국 사람들이 즐겨 마신다.
이런 차 문화가 발달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영국에는 있다.
아침에나 잠자리에 들기 전 저녁에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것은 홍차가 최고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영국 사람들이 아마 20년 썩힌 보이차를 알았다면 홍차보다 보이차를 더 즐기지 않았을까?
그러면서도 그런 생각을 해본다.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곰팡이 썩은 냄새의 차가 최고의 차라고 마시고 싶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차 중에서 가장 몸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완전발효차인 홍차문화가 발달한 것이다.
아내는 보이차를 마시면서도 영국에 왔으니 영국차를 즐겨 마시자고 말한다.
영국에서 또 발견하는 것은 홍차만이 아니라 과일차도 많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홍차의 맛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과일이 함께 들어있는 과일 tea도 즐길 수 있는 낙(樂)이다.
얼마 전 아내도 감기로 인해 말소리조차 나오지 않았을 때 tea를 입에 달고 마시면서 감기를 이겨냈다는 것이다. 병원에 가도 특별한 약을 주기 않기에 왠만한 감기는 그냥 차를 마시며 몸으로 이겨내라는 것이다.

이곳 생활에 적응하느라 그러는지 감기로 인해 코도 막히고 콧물도 심하다. 두통까지 겹칠 땐 견디기 쉽지 않다. 차를 즐겨 마시며 몸도 따뜻해지고, 감기도 빨리 떠나길 기도한다.

편안하고 따뜻한 밤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홍차, 과일차, 보이차를 한번 마셔볼 것을 권한다.
무엇보다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이라면 결코 곰팡이 냄새로 인해 포기하지 말기를….
진짜 차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그 향조차 마음에 다가올 것이다.

버밍엄 생활에 적응해 가며….

※ 사진은 저녁에 함께 차를 마시며 찍은 사진입니다.
식탁은 지난 금요일 중고가게에서 12파운드(24000원) 주고 구매했습니다. 밤 12시까지 열심히 식탁을 닦았습니다. 니스칠이 벗겨져 한 번 더 사포로 표면을 깎은 다음 니스칠 하려 합니다. 예쁜 식탁으로 바뀌면 다시 한 번 더 찍어서 올리겠습니다. 식탁을 사서 다듬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쓸 수 있다면 버리지 않고 누구나 필요한 사람이 저렴하게 구입하여 계속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그런 자선 가게가 많이 있어서 많이 배웁니다. 그러면서 우리 교회에서 매년 하는 가을 물품 바자회가 생각났습니다.
화병의 수선화는 지난 주일 성공회 교회에서 Mother’s Day에 현욱이와 현승이가 어머니에게 드릴 선물로 받아 이곳에 화병에 꽂았습니다. 화병도 자선 중고품가게에서 1파운드에 구매한 화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