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에 대한 오해와 진실
한국 차는 한동안 ‘특수’를 누려왔다. 구제금융사태(IMF) 직후엔 외화절약이라는 국민적 애국심이 발동돼 수입품인 커피 대신 국산차를 마시자는 분위기가 일었고, 최근엔 각 매스컴이 차를 웰빙식품의 대명사로 띄운 덕분이다.
이에 편승해 ‘차상업주의’가 극에 달해 검증되지 않은 차를 십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대에 내놓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공식적으로 정립되거나 표준화되지 않은 ‘전통 제다법’을 각인각색으로 전가의 보도인 양 공개하기를 극구 거부해 왔다.
자기가 만든 차는 최고고 남의 차와 주장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지난해 수입된 중국차에서 농약이 검출됐다는 뉴스가 크게 보도되면서 한국차에 대해서도 검사를 할 예정이라고 했으나 후속 소식은 없었다.
중국 차 산지에서 한국 관광객에게 강조해서 보여주는 것 하나가 제다공장 문 옆에 설치된 찻잎 농약잔류량 검출기다. 중국이 찻잎의 농약잔류량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중국 찻잎의 농약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기도 하다.
찻잎은 다른 채소나 과일처럼 씻거나 깎지 않고 그대로 우려먹는 것이기에 농약 문제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그러나 한국 차 산지나 제다공장에 농약잔류량검출기가 설치돼 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당국이 농약잔류량 검사 시스템을 제대로 가동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찻잎을 기계로 이발하듯 깎고 또 다시 금방 찻잎이 자라 수확하기 위해서는 비료는 필수고 비료가 가는 곳에 농약이 따라가는 것은 상식이다. 일본은 찻잎에 비료와 농약을 치지 않는 품종을 개발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국 차의 소비량이 줄어드는 또 하나의 이유는 ‘중국 차 사대주의’다. 언제부터인가 중국의 보이차가 천하의 명차 행세를 하고 있다. 보이차는 몽골 등 채소가 부족한 지역에서 채소 보완용으로 쓰는 일종의 ‘식량’이다. 먼 곳(남쪽)에서 다량 가져다가 오랫동안 쟁여놓고 먹는 것이기에 곰팡이가 슬어 ‘썩을대로 썩은’ 것이다.
썩은 초가의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과 냄새(썩은 새 냄새)와 색깔이 같다. 맛과 향이 좋다면 몽골 사람들이 차를 차로 마시지 야크 젖이나 우유를 타 먹을 리 없다.
보이차 유행의 뒷면에는 한국 녹차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 녹차를 마시면 속이 쓰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중국 차 사대주의에서 온 왜곡이다.
최근 각 차 관련 단체에서 차 품평회를 열면서 중국 차인들을 심사위원으로 초빙하거나 중국식 기준으로 심사를 한다. 즉 우린 녹차의 잎이 온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인은 물이 좋지 않아서 하루 종일 찻잎을 물속에 담가두고 마셔야 하기 때문에 금방에 다 우러나면 안 된다.
그래서 녹차를 설익혀 만든다. 그러나 우리 덖음차는 빨리 잘 우러나도록 철저하게 덖고 비빈다. 잎이 대부분 부서지기 마련이다. 설 덖은 중국차는 기름기 많이 먹는 중국인들의 속을 긁어내려 주어 좋지만 한국 사람들의 속은 쓰리게 한다.
그러나 중국식으로 만든 한국 녹차는 몰라도 제대로 덖은 한국 녹차는 아무리 마셔도 속이 쓰리지 않는다. 또 “차는 냉하니 몸이 찬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는 오해도 있다. 차가 냉하다는 것은 생 찻잎의 본성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성질을 완화하거나 없애기 위해 조상들이 애를 써서 우리 체질에 맞는 덖음차를 창안한 것이다. 생지황을 숙지황으로, 인삼을 홍삼으로 만들어 누구에게나 약이 되도록 한 이치와 같다.
차의 왜곡에 대해서는 매스컴의 책임도 있다. 단적인 예로 매스컴이 유포시키는 ’00녹차밭’이라는 말이 있다. 행정기관조차 이 말을 그대로 빌어 관광홍보 책자에 담는다. 차밭은 차밭, 차나무는 차나무가 있을 뿐, 녹차나무나 녹차밭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차나무에서 나는 찻잎으로 녹차도 만들고 우롱차(반 발효), 홍차(완전 발효), 보이차(후 발효), 청차(선 반발효), 황차(후 반발효)를 모두 만든다. / 최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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