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인생길에서 예수님의 삶을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가지고 예수님의 삶을 좇고 있습니다. 크리스천들은 ‘예수님이 나처럼 사신다면 어떻게 하셨을까’를 가정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참된 영성이란 복잡하지 않습니다. 가장 귀한 것을 남에게 줄 수 있는 빈 마음입니다. 영성훈련의 최종 목표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품을 우리 삶에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영성 운동가인 리처드 포스터 목사를 만났다. 미국인으로 아주사대와 스프링아버대의 영성신학 교수를 지낸 포스터 목사는 유진 피터슨 목사 등과 함께 지난 시절 미국 기독교계의 영성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라틴어로 ‘새롭게 하다’는 의미의 레노바레 운동을 창시한 포스터 목사는 지난달 22일 한국을 방문해 서울과 부산,대전 등지를 돌면서 레노바레 세미나를 인도하고 있다.

기자는 수년 동안 몇 차례 그와 만났다. 3년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수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경기도 성남시 복정동 선한목자교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포스터 목사와 다시 만났다. 몇년전과 마찬가지로 그는 젊은이들이 즐겨 하는 꽁지머리를 하고 있었다. 64세란 나이에 걸맞지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포스터 목사의 꽁지머리는 뿌리를 찾기 위한 그의 몸부림이다. “나와 아내는 인디언 혈통을 부분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둘째며느리도 체로키 인디언 출신입니다. 최근 나는 뿌리를 찾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머리를 기르는 것은 나의 정체성 찾기의 일환입니다.” 뿌리를 찾고자 하는 그의 열망은 이미 세계적 베스트셀러 ‘기도’ ‘영적훈련과 성장’ 등 책을 통해서도 잘 표현되었다. 뿌리와 영원을 향한 갈망이 그의 마음 속에 잠재돼 있기 때문이리라.

이번에 한국에서 강연과 기자회견을 통해서 던진 포스터 목사의 가르침은 수년전에 기자에게 했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영성은 자신에게 가장 귀한 것을 타인에게 줄 수 있는 빈 마음이라는 것이다. 비움과 나눔의 영성이 지금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가장 귀한 것을 준다는 것이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삶과 신앙의 분리 현상이 극심해진 현대에서,자본주의로 무장된 이 시대 속에서 빈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포스터 목사는 강조한다. “지금의 시대는 진정으로 변화된 사람들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남에게 자신의 귀중한 것을 기쁨으로 줄 수 있는 그때,변화가 찾아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포스터 목사를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에게서 물과 같은 평화로운 흐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의 맑은 미소 속에서 유쾌한 유머 감각을 발견한다. 포스터 목사는 “영적 훈련은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을 빼앗아가는 침울한 고역이 아니다”고 말한다. 모든 훈련의 기초는 기쁨이라고 덧붙인다.

그가 말하는 진정한 영성은 무엇인가. “세상에는 많은 영성이 있습니다. 크리스천의 영성은 예수 그리스도가 지금 이 순간 살아서 내 곁에 계신다는 사실을 느끼는 것입니다. 지금 역사의 현장 속에 살아계신 그리스도로부터 배우고 듣고 따르는 것이 바른 영성입니다.”

자연스레 의문이 든다. 과연 많은 음성 가운데 하나님의 음성을 어떻게 분별할 수 있을까. 모두 헛된 소리를 하나님의 음성인 양 외치지 않을까. 포스터 목사는 말한다. “성령과 성경을 통해서,또한 내면의 소리를 통해서 우리는 하나님의 음성을 분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음성에 민감하기 위해서는 깊은 영적 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포스터 목사는 어떤 이유로 레노바레 운동을 시작했을까. “십수년 전부터 묵상 가운데 전적인 침묵을 배우게 됐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자신과의 교제를 위해 잠잠할 것을 제게 명했습니다. 약 18개월간 일절 강의를 하지 않고 하나님과만 대화했습니다. 그때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지금의 시대와 교회는 마치 뿌리가 잘린 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겉은 화려하지만 곧 시들고 마는 꽃,지금의 교회가 그런 상태라고 생각했습니다.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건강한 영적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레노바레입니다.”

포스터 목사는 현대 크리스천들은 단순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분주함과 이기심으로 가득 찬 세상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내면 깊숙한 곳에서 울리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 음성을 통해 살아나가는 세상이 바로 레노바레가 꿈꾸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현대인들은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영원한 본향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시끄러움과 조급함,혼잡함은 포스터 목사가 규정한 현대의 대적이다. 그러면서 그같은 조급함이 물량주의로 우리를 이끈다고 진단한다. 종교 속에서도 물량주의가 넘치면서 극도의 소비주의 종교가 만연하게 됐다고 개탄한다.

“모든 사람이 잠시 조급함에서 벗어나 묵상의 세계로 들어가기 바랍니다. 묵상은 은총입니다. 묵상을 통해서 우리는 내면의 나를 발견하고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의 소비주의 종교에 대한 개탄의 강도는 유진 피터슨 목사와 비슷했다.

사람들은 ‘영성’이란 말에 아련함을 느낀다. 복잡다기한 현대 사회에서 고독감을 느끼면서 깊은 영원의 세계를 갈망한다. 변화되기를 원하지만 현실을 탈출할 수 없는 일상의 부조리 속에서 우리는 내면의 혁명을 꿈꾼다. 하이테크 시대에 ‘하이터치’를 갈망한다. 그래서 레노바레는 비단 포스터 목사만의 꿈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꿈일지 모른다.

글·사진=이태형 전문기자 thlee@kmib.co.kr